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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정신병에도 단계가 있나요?

최근 한국의 한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28%가 정신과 질환이 있다고 한다. 이 결과는 미국과 거의 동일하다. 즉, 한국이나 미국이나 국민 네 명 중 한 명은 진단이 가능한 정신적 문제를 가진 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병은 걸리지 않는 것이 최상이고, 만일 걸렸다면 조기 진단을 통해 신속히 치료하는 것이 본인은 물론 가족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이다. 비록 늦게 발견이 되었다 하더라도,병의 정체를 알면 치료도 쉽고 환자는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한국인의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OECD 국가들의 평균 보다 두 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미국 정신과 교과서에서 발견한 것이 2년 전이었다. 당시 한국에서 내과 전문의로 일하는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에 따르면 본인의 환자들 가운데 불면증, 공황장애,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정신과 치료를 권하면 대부분 강하게 거부한다고 했다.     “누구를 미친 사람 취급하느냐?”며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펄펄 뛰면서 화를 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친구는 내게 정신과 질병에 관한 교육용 유튜브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환자나 가족들에게 영상을 보여주며 필요한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수잔 정 마음 건강 열린 상담실’이라는 필자의 유튜브 채널이다.     정신과 질병을 위험도 순위에 따라 세 개의 단계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신증(psychosis), 소위 “미쳤다”라고 불리는 단계로 개인의 생각과 외부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매우 위험해질 수 있는 단계다. 예를 들어 자동차 가 지나가며 경보음을 울렸다고 가정하자. 일반인이라면 친구나 이웃이 반가워 보내는 신호이거나, 차도에 너무 가까이 있어 위험하다는 경고음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정신증 환자라면, ‘나를 감시하는 경찰들끼리 서로 보내는 신호’라고 믿어 무기로 방어 태세를 취하거나 급히 도망을 갈 수도 있다. 조현병, 조울증, 심한 주요 우울증을 앓는 환자들에게 이런 증세가 올 수 있다. 그리고 이 상태는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이다. 빨리 입원을 시키든지,  적당한 약물 치료와  상담, 그리고 병에 대한 교육을 환자와 가족에게  해야 한다.     이 밖에 술이나 다른 중독 물질 때문에 오는 금단  증상, 또는 환각 상태에서도 비슷한 정신증을 일으킨다. 이 경우에는 정신적인 치료와 함께 내과적 응급 처치도 필요하다. 만성적 간 질환이나 신부전증 때문에 체내 노폐물이 축적되어 두뇌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알츠하이머나 순환성 치매 환자들의 경우에도 두뇌 세포의 병변에 의해서 정신증이 올 수 있다. 판단이나 감정 조절 등을 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마비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단계는 ‘노이로제’라고도 불렸던 각종 불안이나 강박 증세, ‘신병’으로 불리는 컬처 바운드 신드롬(culture-bound syndrome)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원인은 모르지만 세상의 종말이 올 것처럼 안절부절못하는 상태를 경험한다. 어린 시절부터 예민했던 경우도 있고, 각종 정신적 ,육체적 외상 경험을 한 후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 이 단계의 환자들은 상담 치료나, 약물치료에 잘 반응한다.   셋째는 ‘적응 문제(Adjustment Disorder)’로  새로운 환경이나, 어려움에 부딪힌 경우 경험하는 불안감, 우울감, 또는 행동의 변화 등이 여기에 속한다. 미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두려웠던 감정이나, 자신감 결여, 결정에 대한 후회 등 온갖 감정의 회오리나, 육체적인 행동까지도 기억이 날 것이다. 그러다가 취직을 하고 말도 통하게 되면 본래의 마음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개인에 따라 이 기간이 몇 개월이 걸리지 않거나 혹은 일 년을 넘기기도 한다. 그러나 불안이나 우울 상태가 오래 계속되며, 일상에도 많은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라면 적응 증세가 아닌 ,불안 장애나 우울 장애 가능성이 높아 적당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만일 반사회성 인격 장애나 경계성 인격 장애 등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런 시기에 우울함이나 불안한 감정 외에 가정 폭력, 아동 학대 등의 범죄나 자살 기도 등 파괴적 행동도 보일 수 있어 정신과적 치료를 필요로 한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마지막 단계, 아니면 순번을 거꾸로 하면 첫 번째 단계라고 볼 수 있는 평상시의 정신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정신증은 두뇌라는 장기의 병이니 빨리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와 함께 다른 도움도 받아야 한다. 불안이나 우울이 주요 증세인 둘째 단계도 생활에 지장을 느낄 정도라면 빨리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정신 질환은 자신을 존중하고 주위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며, 규칙적인 운동과 끊임없이 지식을 탐구하는 생활을 하면 예방이 된다. 행복한 마음으로 감사의 일지를 쓰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정신병 정신과 치료 정신과 질환 정신과 질병

2024-07-23

[오픈 업] “나는 술주정뱅이가 아니야”

잘 아는 분은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음주를 시작했답니다. 친구들과 막걸리나 맥주를 마시다가 미국에 와서 생활도 안정되고 경제적 여유가 생긴 후에는 와인을 주로 마셨다고 합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와인 반병과 맥주 2-3 캔(간혹 4~5캔)을 마시면서도 본인에게 술 문제는 없다고 자신했다고 합니다. 술을 마시면 용기가 생기고, 하고 싶은 말도 많아져서 여러 사람에게 전화를 하고, 메시지도 남겼다고 합니다. 그러다 답이 없으면 화를 내고 불평도 했답니다. 음주 후에는 목소리가 커지고, 쉽게 이성을 잃어 부부 싸움도 잦았답니다.     많은 한인이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나 동네 어른들의 음주 모습을 자주 보며  자랐습니다. 어린 두뇌 안에 있는 ‘거울세포(mirror cell)’들은 그런 행동들을 따라 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릅니다. 사물을 깐깐하게 관찰하고 감정을 억제 조절하는 전두엽이 술기운으로 느긋하게 되면 노래도 하고, 자녀들에게 칭찬도 하며, 쉽게 잠이 듭니다. 그러나 한 번에 맥주 4캔 정도를 마시는 ‘폭음(binge drinking)’상태가 되면 두뇌 안의 ‘보상체제(reward system)’를 자극해서 ‘보상회로(reward circuit)’가 생깁니다. 이렇게 되면 고양감(high)과 쾌감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데, 그에 도달하려면 갈수록 음주량을 늘려야 하는데 이 현상을 ‘내성 (tolerance)’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중단하면 참기 힘든 ‘금단현상( withdrawal)’이 옵니다. 이 같은 두 가지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들을 정신과에서는 중독제(Addictive substance)라 부르는데 술, 마리화나, 카페인, 환각제(hallucinogen), 흡입제, 아편류(opioid), 진정제 /항불안제 (재넥스, 아티반, 발리움 등), 자극제(코케인, 암페타민 등), 담배 등 10가지가 있습니다.     특히 술, 진정제 및 항불안제 그리고 마약류들은 갑자기 사용을 중지하는 경우 혈압이나 맥박의 불규칙한 변화, 복통이나 설사, 심한 통증은 물론 환시( visual hallucination),  환각(tactile hallucination) 등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 크레빙(craving·약물이나 술을 섭취하려는 몸부림)이 심한 경우에는 Naltrexone이라는 약을 사용합니다. 이 약은 본래 마약 과다복용 환자에게 투여하는 약입니다.    앞에 언급했던 한인의 경우 기억력이나 집중력 감소, 가정불화나 음주운전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면 음주량과 관계없이 알코올 중독 환자로 진단 됩니다. 중독되는유병율은 18-24세에 가장 높습니다.     정신과 질병 가운데 중독증세를 동반하는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조울증( 양극성 질환)에서 중독 환자가 많고, 조현병(정신분열증의 새로운 이름), 반사회적 인격 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우울증, 불안 장애가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린 시절에 주의산만 및 행동과잉증세 (ADHD)를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사람들 가운데 75%는 성격 장애가 올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환자들 가운데 약 70%는 우울이나불안장애가 올 수 있어 물질 중독에 걸릴 위험도 커집니다.     왜 어린이들의 주의산만증을 약물과 상담, 학교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셈입니다. 첫 중독 경험을 하게 되는 시기는 15세 정도라고 합니다.     이미 중독이 된 어른이나 청소년의 경우에는 입원, 약물 투여, 운동, 식이요법 등이 있고, 심리적으로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느낄 수 있는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하루에도 한두 번씩 대화를 하지만 차차 시간이 지나면서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두 번, 그 후에는 2주마다, 한 달마다 볼 수 있겠고, 개인이나, 혹은 집단으로 치료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인 도움으로는 가족이나 직장에서의 도움, 교회 등 종교 기관을 통한 치료들이 있습니다. 중독증은 결국은 자기 파괴 현상이 오는 무서운 정신 질병입니다.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합니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술주정뱅이 중독 환자 visual hallucination 정신과 질병

202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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